청년봉사 활동

생각과 실천의 차이 (3월 16일 효경 봉사 후기)

  • 글쓴이:이형열
  • 조회:2123
  • 작성일:2014-03-18 18:11

 
 
언제부터 자기봉사를 하는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빛나사에서 자기봉사를 하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나 자신에게 이곳에 진정으로
자기봉사를 하러 오는 것인지 사람이 그리워, 사람을 찾아 내안의 공허함을 없애기 위해 오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해 여러번 물어봤고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곤 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거기에 대한 답을 작게나마 찾게 된 경험을 하게 되어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자
이곳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빛나사의 '자빛' 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마다 모임을 가지는데 그 중 한번은 근처에 무봉리
복지관으로 사회봉사를 나간다. 평소에 자기봉사를 통해 나 자신의 중심을 바로 세우면서
생긴 힘을 구체적으로 세상을 위해 나투는 경험이 필요함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밖에 나가서
사회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드디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한 꿈과 이상은 부푼 기대감을 안고 사회봉사를 시작한 첫 번째 날
두려움과 걱정으로 쉽게 변모하고 말았다...

 

 무봉리 복지관에서의 사회봉사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본인이 중점적으로 맡은 부분은 그곳
요양시설에 계신 할아버님 옆에서 1시간여 동안 말벗을 해드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이루어지려면 당연히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아뿔싸 내가 담당하게 된
할아버님께서는 고령의 연세에다 풍까지 오셔서 발음을 정확히 하실 수 없는 상태셨다.

하지만 본연의 임무를 소흘히 할 수는 없기에 주어진 시간동안 계속해서 화제를 만들어내며 할아버님과
이야기를 하였고 1시간동안 촉각을 곤두세우며 할아버님의 단 한마디라도 정확하게 알아듣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부분의 이야기를 못 알아들음에도 할아버님이야기에 경청하고 있으며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드리기 위해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도 혹시나 내가 고개를 잘 못 끄덕이거나 하여 할아버님께
거짓느낌을 드려 실망시켜드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노심초사하며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무봉리에서의 첫 번째 사회봉사가 끝나고 났을 때 나는 체력이 다 방전되고 신경을 많이 썼는지
정신의 상당부분이 타격을 받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조울증을 앓았던 나머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신경체계를 가지고 있어 아직까지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회의감 또한 강하게 일어났다.
주위에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셨지만 실제 현장에 가서 봉사를 시작하면 앞에
계신 분을 위해 힘과 정성을 다해 몰입을 하게 되기에 그것을 컨트롤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부정성이 한번 싹트게 되니 자연스레 자기봉사를 꾸준히 이어가는 생명력 또한 예전보다
떨어지게 되었고 기존에 활동하던 자빛 및 청봉단에도 불규칙하게 참석하며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오늘도 의무감으로 또는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감정 등 복합적인 감정
으로 전날까지 망설이다 수원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이 작은 결정이 나에게 있어 자기봉사
뿐 아니라 기존의 가지고 있던 사고체계에 실로 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무봉리로 사회봉사를 가는 당일 오전에 예전처럼 아무런 준비없이 가는 것보다 뭔가 프로그램을
하나 준비해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직전에
갔던 사회봉사에서 할아버님께서 나를 붙잡고 이곳에서 생활 하는 게 너무 힘이 드신다며 연거푸
눈물을 쏟아내시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래서 할아버님께 긍정성을 심어드리고자 평소에 메모해 두었던 ‘긍정의 힘’에 관련된 글 중 20가지를
발췌해 핸드폰에 저장한 다음 자기봉사가 나 자신의 빛을 나투는 봉사라면 봉사를 하러 가기 전에 그 빛을
최대한 강하고 밝게 만들어 가는 것이 내가 봉사를 해드리는 분에대한 마땅한 도리이자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 출발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호흡수련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정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평소에는 이렇게 잘 안합니다^^;;)
그렇게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을 하였는데 한번 생긴 두려움과 부정성이 생각보다 컸었는지
복지관으로 가는 차량안에서도 두어 달 가까이 사회봉사를 하러 가지 못하여 생긴 할아버님에 대한
죄송함과 오랜만에 온 나를 행여나 ‘이 녀석은 당사자는 생각하지 않고 본인 오고 싶을 때 오는
녀석이구나’ 하고 불편하게 생각하시지나 않을 지에 대한 걱정 등으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 등으로 머릿속이 조금씩 복잡해질 무렵 어느새 무봉리 복지관에 도착하였고 팀원들과
오늘의 자기봉사를 정한 뒤 긴장감 속에 정말 오랜만에 할아버님 앞에 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할아버님은 오랜만에 온 나를 기억하고 계셨고 이전과 다른 굉장히 편안한 모습으로 마치 어제 왔다 간
손자 녀석을 대하듯이 나를 시종일관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그렇게 평소대로 봉사를 하다가 준비해간
긍정의 글이 생각나 읽어 드리며 하나하나 설명해 드렸는데 이야기를 잠자코 들으시던 할아버님의
손이 움직이더니 옆에 있던 두루마리 휴지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아직 살아오면서 사람들의 눈물
흘리는 모습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흘리는 할아버지의 눈물은 전에 왔을 때 여기 있기 너무
힘들다고 흘리시던 눈물과는 다른 눈물임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분위기를 전환하기위해 할아버님께

‘할아버지 저 때문에 감동받으셨어요?’ 하고 웃으며 여쭤보니 그저 말없이 해맑게 웃으신다.
마침 오늘의 자기봉사 주제가 ‘확인’ 이었기에 시간이 다가기 전에 할아버님께 넌지시 여쭈어 보았다.

‘할아버지 제가 예전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어서 취업도 이쪽으로 하려고 하는데 제 자신한테 쉽게
확신이 서질 않네요..제가 이일을 하면 잘 해낼까요?’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할아버님께서는 풍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 오십 마디 중에 한마디 알아듣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한 질문에 대한 할아버님이 버벅 거리시며 하시는 말씀이 왠일인지
귓가에 정확히 들어왔다.

‘너랑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져.’

봉사를 하러 왔다가 봉사를 받은 느낌이 이런 것일까..

봉사의 대상으로서는 나에게 버겁게만 느껴지고 두렵게만 느껴지던 할아버님을 통해서

오히려 내가 충만감과 긍정성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만약 내가 또 지레짐작하고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3월16일 무봉리 에서의 봉사는 마무리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맘에 안 들거나 어렵고 힘이 들면 쉽게 그만두고 또 다른 흥미거리를 찾아다니며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지키고 싶은 것도 마땅히 없었고 소중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기에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나를 바로 세움으로써 세상이 바로 설 수 있다는 가치를 인식한 뒤로는
힘들어도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주위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위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희망은 생겼지만 여전히 두렵다고 이야기하니 그 사람이 그런다 그래도 넌 경험을 한 거라고..그런
경험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은 정말 크다고..

내 자랑을 하기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만약 나못지 않게 현재 자기봉사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내적인 다양한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그리고 머릿속에서 끝내지 말고 부딪혀 보라는 말을 내가 작게나마 한 경험을 바탕으로 꼭 전해주고
싶어서 주저리 주저리 써내려 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 있는 나눔’ 이것이 오늘 나의 자기봉사였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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