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봉사 활동

[좋은생각] 생각의 나무-한비야

  • 글쓴이:양다다
  • 조회:1951
  • 작성일:2012-05-22 11:09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얼마 전, 대학 새내기에게 받은 메일이다.

원하는 대학에 소위 전망 좋다는 학과에 들어갔지만 이제 정말 자기가 원하던 공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단다.

좋은 학점을 따는 건 자신 있고 중간고사도 잘 보았지만 뭔가 허전하고 불안하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내가 강연 때마다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그래서 100도로 펄펄 끓는 삶을 살라."라고 외차고 다녀서인지

이런 메일을 많이 받는데 받을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하면 이럴까?

그러나 한편, 기쁘기도 하다. '드디어 이 친구 생각하기 시작했구나!'

 

 


생각하기! 이걸 요즘 젊은이들은 참 어려워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남이 만든 답은 잘 찾는데 사색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는 데는 영 서툴다.

 

사춘기 때 누구나 해 보는 근본적인 질문,

 

'나는 누구인가? 언제 기쁘고 행복한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죽어도 꼭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등을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대학교 때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주위에서 수없이 들었던 이 말을 올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면담하면서 비로소 실감하는 중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몽딴 대학 가는 데에 쏟아부어야 해서 이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거다.

심지어 이런 생각을 하면 문제아로 보는 경향까지 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딴생각 말고 공부나 해!"

 

 


이렇게 유보한 사춘기를 대학에서 겪는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스스로에게 '돈 안되는', 혹은 '뜬구름 잡는' 질문은 던지고 답하면서 고통스럽지만 성장해 갈 테니까.

이 과정을 통해 자기 생각과 결정으로 제 삶을 꾸려 가며 홀로서기를 하게 될 테니까.

 

 


그러나 이런 행운을 누리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1학년 1학기 때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공인 자격) 쌓기에 돌입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단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은 아이들이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건 당연한 일.

 

 

 

내게 편지 보낸 학생도 자기는 여태껏 죽을힘을 다해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이루어 준 것 같다며

이제는 진짜 내 꿈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겠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딱 한마디였다.


"생각하라!"

 

 


나는 사람마다 머릿속에 '생각 나무'가 한 그루씩 있다고 믿는다.

그 나무뿌리는 우리가 생각하면 할수록 더 깊게 뻗어 내려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든든한 나무가 된다.

반면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거세게 흔들리고 통째로 뽑히기까지 한다.

그래서 남들이 이게 좋다면 이쪽으로, 저게 유리하다면 또 그똑으로 확 쏠린다.

'20대에 해야 할 일',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같은 리스트를 보며 불안해하고 조급해 한다.

 


어떻게 하면 생각의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을까?

나는 사색도 연습이고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몸의 근육을 키우려면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의 근육도 매일매일 연습하면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면벽 수행이나 침묵 피정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연습하고 훈련할 수 있다.

 

 

간절히 조언을 구하는 이 기특한 학생에게 내가 수십 년 간 쓰는 '생각 훈련법' 두 가지를 소개해 주었다.


첫째는 일기 쓰기다.

그날 있었던 일 중 한 가지에 대해 되도록 길게 글을 쓰는 거다.

 

차분히 일기를 쓰다 보면 생각이 저절로 정리되면서

나와 내가 겪은 상황들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객관화된 나와 즐겁게 혹은 불편하게 만나는 과정 자체가

생각 나무의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둘째는 여행이다.

여행 중 무수히 만나는 사람과 사건 사고를 통해

마음에 드는 나 또는 꼴 보기 싫은 나를 마주하면서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간다.

 

혼자서 도보 여행할 때는 더욱 그렇다.

멀리 가는 게 어려우면 가까운 공원이나 교정을 혼자 산책하면서

머릿속에 얽힌 생각의 타래도 풀고 생각할 일을 찬찬히 곱씹어 보는 거다.

 


나는 학생에게 보내는 답장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네가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너 대신 생각해 주는 대가로 네 인생의 주인 노릇을 할 거야.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 그렇지?"

 

 

 

 

 


-출처 : 좋은생각 中 [한비야-유엔 자문 위원] 

 

 


 

 

제 주위를 봐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어쩌면 생각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그나마 저보다 언니, 오빠인 분들은 양호한 편이지만, -요즘 아이들-이라 불리는 세대..

너무 심각한 거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있어서 조언을 구하는 것 까진 이해하지만, 너무나 사소한 것조차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청봉단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만난 청소년 친구들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기도 하는데

벌써부터(심하면 초등학생 때부터) 취업 잘하려면 어느 공부를 해야하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어서 놀라곤 해요.

 

 

저의 경우에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중학생 때 알게 됐고, 고등학교도 제가 좋아하는 자연계로 갔어요.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막연하게 '과학'이 아닌 구체적으로 '화학과 물리'를 파고들었고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과 중에서 '신소재'를 선택해서 가게 됐어요.

 

실제로 저의 경우에도 주위의 권유 때문에 제가 원하지도 않는 치위생, 건축, 보석공예 등의 학과도 썼는데

결국 제가 잘하고, 원했던 과에 붙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고등학생때 성적도 제가 가고 싶은 과에서 요구하는 과목의 성적이 제일 좋았네요.

대학 진학 후에도 제 친구들은 인문계를 갈걸 후회한다며 한탄했지만 저는 적성에 너무 잘 맞았고 재밌었어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난 ㅇㅇ이 좋으니까 여기로 갈래'가 아닌,

'난 ㅁㅁ이 싫으니까 저기로 갈래'라고 하더라구요.

혹은 '난 그냥 취업 잘되고 점수 맞는데로 갈래'...............

 

 

많이 놀랐습니다. 좋아하는 걸 따라가는 것이 아닌, 싫어하는 걸 피해간다니...

취업 잘 되는 과가 따로 있었나?

만약 그런게 있다면,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면접관들이 점수 맞춰서 들어온 사람을 과연 뽑아줄까?

 

 

자기가 좋아하고 적성과 성격에 잘 맞는 일이면 저절로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이면

한비야 님의 말씀을 빌려 '가슴 뛰는 일'을- '100도로 펄펄 끓는 삶'-을 살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명성과 부는 절로 따라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결국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사회와 주위 환경 때문이 아닐까- 하는..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부적절한 방법이 성행하는 사회

사람 자체가 아닌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스펙 위주의 경쟁구도

이런 사회에서 자기 자식이 살아남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다들 하니까 조급해져서 따라하는 친구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고 느끼는 나 자신.

 

 

요즘에는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없어요. (대신 불량 청소년들이 꿰찼죠.)

'내 아이는 옛날처럼,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놀면서 배우고 살면서 깨닫는 학습을 시킬거야.'라고 다짐해도

막상 내 아이와 같이 놀 다른 또래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가 있어요.

 

부모님들은 '내 아이가 왕따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학원을 보내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죠.

아이 스스로도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싶어서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구요..

 

 

저는 대통령도 아니고, 장관도 아니라서 아무것도 해결해드리진 못하지만

우리 청봉단 부모님들, 그리고 자식이 있으신 부모님들께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하면서 조급해하지 말라고...

본인의 조급한 마음을 아이에게 내비추고 닦달하지 말라고...

당장 눈에 보이는 1~3년 후가 아닌 10~30년 후를 생각하라고...

공부밖에 모르고 산 아이를 "만들" 것인지, 인성이 풍부하고 자기 중심이 잡힌 아이로 "살게 할" 것인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엄마 소여사 짱!!

요즘은 조금 조급해하고 닦달하고 비교하긴 하지만, 이미 내 중심 서버렸는데 이제와서 그래봤자 소용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엄마는 어렸을때부터 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공부하라 소리 단 한번도 하지 않으셨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셨고, 항상 제가 스스로 잘 할거라 믿는다고 하셨어요.

제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세상 보는 안목을 넓혀야 한다며 뭐든 팍팍 밀어주셨고,

공부 못해도 좋으니까 착한 사람, 인성이 풍부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가 초등학생때 반에서 30명 중에 27등, 중학생 때 400명 중에서 200등이 넘었을때

정말 속터지고 답답했다고 하셨는데, 막상 저나 가족들에게는 한 번도 그 마음을 내비추지 않으셨어요.

덕분에 고등학교가서 계속 1등하고 대학가서 4년 내내 장학금받고 잘 다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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