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봉사 활동

[좋은생각] 지금 행복하십니까? - 한비야

  • 글쓴이:양다다
  • 조회:2031
  • 작성일:2012-04-26 11:44

"Are you happy now?(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며칠 전 올봄 학기부터 시작한 이화여대 국제 구호학 강의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한순간 컴퓨터 화면 가득 이런 엉뚱한 영어 문구가 나타났다.
다음 장면은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뚱뚱하기 때문이다'라며

'이 다이어트를 하면 누구든 확실히 살을 뺄 수 있고 행복도 되찾는다'고 했다.
미용 사이트 광고였다.

 

나 참 기가 막혀서.
뚱뚱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면 날씬한 사람은 모두 행복하단 말인가?
자기 돈벌이를 위해 다른 사람 행복의 기준을 이렇게 마음대로 진단하고 이용해도 되는 건가?
이건 행복이란 단어의 곡해이자 모독이 아닌가?

한밤중에 강의안을 만들다 말고 이토록 흥분한 이유는

얼마 전 <행복해지는 법>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로 봤기 때문이다.


이 방송에 따르면 우리 국민 40% 이상이 돈이 행복의 제일조건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달 수입이 400만원이 될 때까지 핸복 지수가 급상승하다가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더 낮아진다고 한다.
그 돈을 벌기 위해 희생해야 할 가족, 친구들과의 인간관계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돈은 행복을 주지만, 돈이 지속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 것.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 후 2년 간은 행복 지수가 급상승하지만 그 후에는 이전의 행복 지수로 돌아간단다.
처음 느꼈던 행복감의 전율이 익숙해지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쾌락 적응' 때문이란다.

 

행복은 늘 이렇게 유효 기간이 있는 걸까?
행복은 돈이든 사회적 위치든 외모든 사랑이든 현재의 부족함을 메워 줄 외부 조건으로만 채울 수 있는 걸까?
세상에 지속 가능한 행복이란 정녕 없는 것일까?

 

 

 

나는 있다고 믿는다.
남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일생을 기다려 단 한 번 커다란 행복감을 맛보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소소하게 느끼는 작은 기쁨과 만족감이 행복이란 걸 깨닫기만 하면 말이다.

 

"Ate you happy now?" 이 물음에 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Yes!(네!)"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뚱뚱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하루종일 충분히 행복을 누릴 만한 몇 가지 '소소한 행복의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마시는 밀크 커피.
뜨겁게 데운 우유 한 컵에 가루 커피 두 스푼, 각설탕 반개를 넣어 마시는 밀크 커피는

단박에 온몸을 따뜻하게 데움과 동시에 잠에서 번쩍 깨우며 활동 모드로 전환시킨다.
매일 아침 난생처음인ㅇ 양 "맛있다!'를 연발하며 마시는데 달콤한 커피가

한 모금씩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날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는지 모른다.
밀크 커피로 아침을 여는 습관은 20대 때 산에 다니면서 생겼으니 30년도 넘었다.
산속에서 야영하며 춥게 자고 일어난 새벽,

가루우유 듬뿍 넣은 뜨거운 밀크 커피 한잔은 꽁꽁 언 몸을 녹여 주는 구세주였다.
그 맛과 멋을 못 잊어 아침마다 마시다 보니 어느덧 내 행복의 비결이 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자기 전에 마시는 와인 한잔.
이 습관도 10년은 넘은 것 같다.
혈전이 잘 생기는 체질이라 저녁 와인 한잔이 혈액 순환에 좋다고 해서

약이라 생각하고 마시기 시작했는데, 긴장감도 풀리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글도 술술 나오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와인 잔으로 넉넉히 따라 딱 한잔 마시면서 일기를 쓰는데

그때마다 하루를 잘 마감했다는 만족감과 행복감이 몰려온다.

요즘에는 전라남도 수녀원에서 만든 복분자 술을 마시는데,

판매 수익금으로 양로원 운영비를 마련하는 거라 비싸게 사도 기분이 매우 좋다.

 

세 번째는 매일 아침 읽는 한 편의 시다,
여고 시절 친구들과 시 많이 외우는 내기를 하면서 시작했으니 벌써 35년이나 된 습관이다.
졸업 후에는 말을 빠르게 하는 버릇때문에 속도는 어쩌지 못할망정

발음은 정확히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매일 아침 시를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었다.
오랜 세월 무수히 읽다 보니 외우는 시도 많아지고

그 덕에 내 문장 중에 수월치 않게 아름다운 시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요즘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이 매일 계절과 시절에 딱 맞는 시 한 편씩을 보내 주셔서

더욱 신 나고 행복하고 시랑 놀고 있다.

 

 

 

<행복해지는 법>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매일이 행복해야 평생 행복할 수 있다고, 행복은 내 손 안의 작은 새라고.
이 말대로라면 나는 아주 잘하는 거다.
소소하기 딱이 없는 밀크 커피 한잔, 와인 한잔, 그리고 시 한 편이 아를 평생 행복하게 해 주는 보물단지라니.
난 정말, 속된 말로, 땡잡았다.

 


-출처 : 좋은생각 中 [한비야-유엔 자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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