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 효도마을 사은의 집 - 사은장터
봉사내용을 모르고 참석하게 되었는데 치매 및 중풍을 앓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상 장터를
구경하면서 직접 물품도 구매하시고 먹거리도 사서 잡수시는것을 도와드리는 봉사였다.
사실 나는 중병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 생활하시는 시설에는 처음으로 방문한것이었다. 인지증이나 중
풍에 대해 방송매체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 본 첫 경험이었
다.
케어매지지먼트 교수님께서 강의시간에 치매에 걸리신어르신들이 가장 불쌍한 분들이라고 말씀하셨
었다.
진정 그러했다.
내가 1:1케어를 맡은 할머님도 치매를 앓고 계신분 중에 한분이신데 나를 보자마자 딸네 집에 가야한
다며 그 추운날에 일상복만 입고 계신분이 한사코 휠체어를 태워서 딸네집에 가자고 말씀하셨다.
실은 할머니한테 2번이나 맞을뻔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맺혀서 어쩔 방법이 없었다. 나를 보면서 애뜻한 표정으로 똑같은 말씀만을
하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표 안나게 눈물을 훔치느라 진땀이 난 시간들이었다. 혹여나 내가 어디 자리
를 잠시라도 비울까봐 어디가지 말고 같이 가자고 말씀하시는데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다.
젊어서는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로 애쓰셨을텐데..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할머니를 안쓰러운 마음으로
손 잡아 드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애석한 마음이 떠나질 않아 힘들었다.
장터에서 파전을 사서 잡수시는것을 도와드렸는데 나한테 같이 먹자고 하시면서 불편한 손이신데도
잔존능력을 활용하시라고 젓가락을 들게 해드렸더니 내 입에다가 파전을 넣어 주셨다.
파전 자체가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옆에 있는 나를 챙기시는 할머니의 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
게 먹었다
짜고 하는 게임이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던 윷놀이에서 할머니가 상품으로 받으신 하얀색 스카프를
목에 해 드리는데 너무 아기같고 순수하고 고와보여서 한번 꼭 안아드렸다. 그러고 나서 할머니 아주
잘하셨다고 뽀뽀를 해드렸더니 할머니도 나한테 해 주신다고 하시면서 뽀뽀를 해주셨는데 어찌나 눈
물이 나던지...
딸네집에 가자는 할머니의 말씀은 5시간 내내 계속 되어서 안타까웠지만 나로 인해서 할머니가 잠시
나마 즐거운 하루가 되셨을런지.. 생각해보면서 오히려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나는 많은 것을 가졌다고 ..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의욕을 만
들어줬음에 ..오늘은 특히 마음이 빛나는 하루였다.
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그리 힘든일이 아니였는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시설 관
계자 분들의 친절함도 생각이 난다.
핸드폰 앨범에 저장된 할머니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한번으로 잊지않고 계속해서 봉사의 마음을
이어나가는 내가 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 사진은 장터에서 물건과 바꿀 가상 현금을 받기위해 할머니 성함을 기록하는 중